Posts [회고] 주니어 개발자의 퇴사
Post
Cancel

[회고] 주니어 개발자의 퇴사

주니어 개발자의 퇴사 회고

이 글을 왜 적고 있는가

2018년 3월 19일에 시작해 2020년 7월 17일을 마지막으로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지금은 퇴사한지 약 한 달 정도가 된 시점으로 결론적으로는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를 과감히 던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회고를 통해 열정이 조금 사그러들 때 마다 읽어보며 퇴사를 멋드러지게 통보했을 때의 각오를 언제든지 꺼내보고자 한다.


주니어의 시작

내가 다녔던 회사는 입사 당시 사원의 수는 100명 가량이 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의 중소기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에는 취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입사했던 것 같다.

당시 나의 취업 목표는 당연히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 등.. 손꼽히는 기업이면 좋았겠지만 자신감이 많이 없던 터라 고작

  1. 솔루션 회사일 것
  2. 연봉이 3000만원 이상일 것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소박했던 것 같다)
  3. 사람이 좋은 회사일 것

이었다.

사실 사람이 좋은 회사 는 신입사원이 처음 면접을 가서 알아 차릴 수 없는 항목이었던 것도 같다.

어쨌든, 나의 목표는 위 3가지였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기억에 전 직장(앞으로는 D 사라고 칭하겠다.) 을 최종 입사하기 까지 D사를 포함하여 단 2곳의 면접을 봤다. D 사를 뺀 나머지 한 곳은 롯데 정보통신이였다.

롯데 정보통신은 1차 면접 후 탈락하였고 D 사는 최종합격을 하였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연봉과 비슷한 액수 (눈을 좀 더 낮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와 솔루션 회사라는 점.

그리고 면접을 볼 때에 팀장님의 온화한 말투에 혹해 이 곳에서 성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입사를하게 되었다.


후회의 연속

입사를 하자마자 나는 1년만 버티고 퇴사를 혹은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다할 노력 없이, 도전 없이 최종 오퍼를 받았고 입사를 하였던 탓인지 후회를 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나의 취업 목표의 1번이였던 솔루션 회사 일 것..

분명 회사 홈페이지에는 솔루션 회사였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팀의 업무는 대기업 SI 를 하는 팀이였다. 심지어 나는 모바일 개발을 해왔고 모바일 개발을 희망했다. 하지만 팀의 업무는 IPTV Native 개발이였다.

IPTV Native App?

누군가는 IPTV Native App이 뭔지 모를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이 모를 것 같다.

IPTV Native App은 여러분의 집에 있는 TV 셋톱박스를 움직이게 하는 안드로이드 TV앱이다.

그렇게 나는 첫번째 후회를 했다.



그래도 D 사는 나의 첫번째 직장이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마음먹었지만 TV에서 보면 다들 마음 속에 사직서를 늘 품고 산다고 했다. 나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였고,

이 곳에도 시니어 개발자는 분명히 있고 나는 그들에게 배울 점이 분명 많다. 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웠고,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쾌락을 느낄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애정을 쏟았다.

솔직히 몇 달 동안은 긴장도 많이 했고 간단한 UI 정도만 작업을 맡겼기 때문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않고 지냈다.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야근도 많지 않았다.

시간이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나에 대한 일감은 눈덩이 굴러가듯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SI 개발사들이 그렇듯 수주사는 발주사의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발주사는 늘 하나의 패치에 더 많은 기능을 넣길 원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그럼에도 앞에서 말했던 것 과 같이 내가 작업한 화면들이 많은 사용자들이 보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애정을 쏟았다.

입사 초기에 만들었던 UI 들의 코드를 나중에 보니 지저분한 코드가 많았고 불필요한 코드들이 많았다. 마침 당시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지인들과 함께 코틀린을 학습하고 있던 터라 내가 학습한 내용을 도입해보고자 했고 꽤나 가까운 과장님과 대리님에게 코틀린 언어를 사용해도 되냐 는 물음을 했다. (모든 코드가 자바로 짜져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회사 사람들은 다들 코틀린을 쓸 줄 모르는데.. xx씨의 코틀린 코드가 들어가서 발생하는 이슈들은 책임지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렇게 나는 두번째 후회를 했다.



물론, 저렇게 대답하신 선임들 모두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신 분들이였다.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시던 분이 어느날 갑자기 iOS를 해보고싶다시며 며칠 공부 후 바로 실무로 뛰어 드신 분도 있고, 집에서 개인적으로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저 이야기를 듣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오히려 도태되겠구나 였다.

그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직, 퇴사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게 되었고 신입/경력에 관계 없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 를 찾아 지원했다. (당연히 준비가 안되어 있었고 모두 떨어졌다.)


도전의 시작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정확하게는 내가 성장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회사의 첫번째는 배달 대행, 물류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M 사였다.

서류 제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프라인 면접 제의가 왔고 다니던 회사에는 마치 여행가는 척을 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오프라인 면접에는 라이브 코딩 테스트를 함께 하였다. 잡플래닛 등 여러 구글링으로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예상했던 문제들이 그대로 나왔기에 나름 척척.. 풀어 나갔다.

그러자 면접관분은 “테스트 문제가 생각보다 쉽죠?ㅎㅎ” 라는 말을 하셨고 나는 속으로 ‘나 이직 할 수 있겠다 !’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합격.. 면접에서 아주아주아주아주 무너졌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창피하지만 기본 CS, 안드로이드 관련 질문들에 대해 거의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나 좋은 면접관들의 매너에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생각을 하였고 이후에는 알고리즘 뿐만 아니라 기본 CS, 안드로이드 관련 질문들에 대해 늘 공부하게 되었다.

이 포스팅을 빌어 배달 대행, 물류업을 하는 스타트업 M 사의 면접관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싶다. 감사해요 M 사 ! 😊

스타트업 M 사를 시작으로 누구나 아는 N 사, K 사에서도 면접을 진행하였다. 심지어는 최종 면접까지도 갔던 회사도 있었고, 이 때까지만 해도 내가 지원하던 회사들은 모두 경력직을 뽑는 자리였다. (가끔 신입)

하지만 꾸준한 탈락.. 내가 다니고 있는 D 사에서의 2년은 다른 회사에서는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역량 부족인가? 실무 경험에 대한 부족인가?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 이직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었다.

‘경력직이라는 자리를 가기에 나는 부족하다.’ 라는 생각을 하였고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마인드로 현재 인턴으로 재직중인 스타트업 H 사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H 사는 나에게 차고 넘친 회사라고 생각했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서류 -> 코딩 테스트 -> 온라인 면접을 거쳤다. 온라인 면접 후 최종 발표가 나기 전 H 사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최종 합격 오퍼는 아니였고.. 입사 지원 시에 어떤 설문 조사에 대한 답이 누락이 되었다는 연락이였다.

H 사에서 문의하는 것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전화 온 김에 계속 마음에 걸렸던 질문을 했다.

“저는 현재 회사를 재직중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다면 입사 시기가 언제 쯤 되는지 알 수 있느냐” 라고 물었고 대답은

아마 다음주 정도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 같고 2~3주 이내에 입사를 하는 일정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조정이 필요하신 것 같은데 우리들도 좀 더 조정을 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

아직 합격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지금 퇴사를 말하지 않으면 퇴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받았고, 지금 나에게 연락이 온 H 사에서 좋은 결과를 주어도 그 기회를 잡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불안해졌다.

나는 일정관련 문의를 한 그날 저녁 아직 합격/불합격이 나오지 않은 상태임에도 깊은 고민에 빠졌고 그날 저녁에 바로 답을 내렸다

별 것 없었다.

  1. 나는 입사와 동시에 이직 혹은 퇴사를 해야겠다 생각했고
  2. 너무 쉽게 입사한 것에 대해 후회했고
  3. SI라는 업무에 조금씩 지쳐갔고
  4. 도태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내일 퇴사를 말해야겠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고 팀장님에게 면담 신청을 한 후 3주 정도의 시간을 가진 후 퇴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해드렸다.

처음 팀장님은 협박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고 단호한 나의 대답에 인수/인계만 잘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여기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이야기 하지 않겠다..!)


퇴밍아웃

D 사의 팀원간의 분위기는 솔직히 말하면 매우매우 좋았다. 일이 힘들어서인지 팀원들 간의 끈끈한 정이 있었고 서로 으쌰으쌰 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생각한 나도 2년이 넘는 시간을 다녔던 것 같다.

모든 팀원에게 퇴밍 아웃을 한 후 그들에 대답은

잘 생각했어요. 더 좋은데 가서 꼭 다시 만나요. 고생하셨어요

였던 것 같다.

딱 한분이 나에게

어떤걸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저도 공부하는 법좀 알려주세요..

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분에게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이 회사에서 하는 것만 하지 말고 앞으로 많이 사용될 것 같은 기술들 혹은 이미 많은 기업에서 사용하려고 하는 기술들에 대해서 꼭 공부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H 사의 최종 합격을 받기 전이기 때문에 솔직히 두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백수가 될 수 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낸 끝에 H 사에서는 최종 합격 메일과 함께 인턴 처우에 대해 안내해주셨고 나는 신나서 그 메일을 받자마자 입사가 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터닝 포인트

위에서는 마치 큰 고민 없이 퇴사를 결정하고 퇴사를 던진 것 처럼 허세 를 부렸지만 솔직히 몇 안되는 시간동안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많은 걱정들을 했었다.

H 사 인턴이 불합격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나는 그대로 다시 백수행인가? 정규직이였던 내가 고정 수입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을까? 주변에선 나를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코로나 시국에 취업 말이 많은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성장하고 싶었고 더 단단해지고 싶었다.



나에게는 퇴사라는 결정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나는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다니고 싶었고 신기술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D 사는 그러한 나를 채워주지 못했고 결국에 퇴사를 결정했다.

여전히 나는 인턴십이 종료된 이후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될지 안될지 불확실한 것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일말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 이번 인턴십을 통해 배우고자 했던 것들, 목표했던 것들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 생각과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가짐들을 잃지 않도록 기억하자 !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DI] Hilt 로 Dagger 를 쉽게 쓰자 !

[알고리즘] leetcode > Remove Duplicates from Sorted Array 풀이

Comments powered by Disqus.